“어릴 적, 아끼던 인형을 꼭 껴안고 잠들던 때가 있었다. 손에서 놓지 않고 인형과 밤새도록 같은 꿈을 꾸었다.

아끼는 것들은 손으로 만져야 한다. 살갗에 스미는 따뜻함을 느낄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일까.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만지는 것들이 있다. 책상 위, 서랍 속에서 늘 손바닥에 비스듬히 닿는 물건들.

딱딱하기만 한 데스크 용품의 변화를 시작하는 한 작가가 있다.

바로 도자제품을 통해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하는 것. 흙, 물, 불, 영혼의 예술이라 일컫는 도자기. 

그러나 어쩌면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그릇에 밀려 우리의 식탁 위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쌍문동 그의 작업실에서 이 젊은 도예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눈 내리는 날의 포근함처럼 따뜻하게 우리를

감싸는디자인으로 일상을 색칠하는 권성은 작가다.”

많은 공예의 영역 중 도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늘 무언가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어요. 흙을 만질 때의 담담함이 좋았거든요.

찰흙으로 작은 인형들을 만들면 아버지께서 사진을 찍어서 모아두시곤 했어요.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공예가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예에 이끌리게 되었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할 때부터 작가로 활동하며 갤러리나 매장에 제 작업을 지속적으로 납품하기도 했고요.

2014년 권성은컴퍼니를 만들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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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흙을 다루는 일입니다. 금속, 나무 같은 재료와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다른가요?

흙은 금속이나 나무에 비해 쉽게 성형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굉장히 직관적인 작업이에요. 성형한 제품을 두 번 가마에서 때워요. 1250도 이상으로 온도를 올리기도 해요. 흙이 불을 견디는 일은 알 수 없어요.

이 과정에서 형태변형이나 균열이 나타나면 불량품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내 손을 떠난 이후로는 운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가마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달라지는 제품의 모습을 보며 매번 새로운 재미를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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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도자기의 매력이 남다른데요,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작업의 영감은 주로 구조적인 건축물이나 일상의 사물들, 그리고 자연의 색감에서 얻습니다.

특히 건축가 ‘안도 타다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단순하고 규칙적이고 반복되고 대칭적인 기하학의 속성을 구조적으로 풀어낸

그의 작업은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시해요. 또, 백자 달항아리의 자연스럽고 푸근한 아름다움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아 작업을 하고 있어요.

백자에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따뜻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깨끗하고 청아하지만 마치 집밥 같은 푸근하고

담백한 백자의 감성을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실 새로운 물건, 새로운 디자인은 이제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물이 가진 고유의 기능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디자인,

기능에 집중하는 디자인을 보여주려 해요. 그것을 바탕으로 식탁이나 책상에서 쓰이는 탁자 위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쓰임을

재발견하는 작업을 디자인과 접목시키고 있어요. 창의적이고 독특한 제품보다는 누구나

다가가기 편안한 디자인을 늘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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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연필을 연상케 하는 도자기 볼펜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제안하는 동기가 있나요?

편하고 빠른 우리의 생활이 좋기도 하지만 탁자 위에서는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던 과거가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차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연필로 끄적거리며 무언가를 썼던 시간들은 세월이 지나도 우리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잖아요.

이런 소중한 기억 속에 도자기가 함께 어우러진다면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그릇과는 다른 감성을 주지 않을까 싶어요.

손으로 직접 빚은 만큼 손에 잘 익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요. 제 작품을 마주하는 시간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의미 있게 남길 바랍니다.

권성은컴퍼니의 제품이 다른 도예가의 작업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 있다면요?

도자 제품은 주로 테이블웨어로 사용하는데, 도자로 만든 데스크용품을 선보인다는 점이 기존 도예 작업과는 다른 것 같아요.

만년필과 펜대를 자기로 만들었던 ‘도자 문구 꾸러미’나 ‘도자기 볼펜’ 같은 제품은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도자기 볼펜’이 특히 반응이 좋아요. 테이블 위에 묶인 한정적인 제품이 아니라 일상에서 편하게 휴대하며 사용할 수 있는 도자 제품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볼펜이 떠올랐어요. ‘도자기 볼펜’은 책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불상사가 없도록 육각 형태로 몸통을 만들었어요.

권성은컴퍼니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은 식탁이나 책상 위에서 일상을 보내는 모든 이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함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것들에

변화를 주면 사용하는 사람도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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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권성은컴퍼니 브랜드의 목표는?

우리의 탁자 위 생활 속에서 함께할 수 있는 도자 제품을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려 해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장르와의 협업도 해보고 싶어요. 도자기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우리 물건을 유용하게 사용하면 좋겠어요. 저희 제품을 통한 일상의 즐거운 변화를 기대합니다.